세진컴퓨터랜드.
적어도 90년대 초에 태어난 사람까지는 알듯한 컴퓨터 제조 회사의 이름이다.
내가 중학생 때였던 2000년에 부도나서 사라진 중견 컴퓨터 기업이다.
삼성, LG, 대우 등이 컴퓨터 업계에서 활기를 띄고 있을 때, 대한민국의 토종개인 진돗개를 광고모델로 등장시켜 좋은 이미지를 심어준 기업이었다.
개장수에게 팔려간 진돗개가 주인을 찾으러 부산에서 진도였던가? 아무튼 그 장거리를 혼자서 달려 주인과 상봉하는 광고가 있었다.
2000년 당시에는 컴퓨터 가격이 최소 120~140만원은 되어야 저렴한 가격이다고 할 정도로 비싸서 컴퓨터 구매가 쉽지않았던 때였다.
대기업의 PC 앞에서 지지않는 비슷한 사양에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었던 세진컴퓨터랜드.
97년에 구입했던 삼보컴퓨터(펜티엄MMX)가 완전히 맛이가서, 나의 두번째 컴퓨터는 이 세진컴퓨터랜드의 컴퓨터를 구매하였다.
세진컴퓨터랜드에는 "세종대왕", "진돗개" 같은 한국식 브랜드가 있었는데, 세종대왕은 이름에서 풍기듯 대왕 이미지처럼 고가에 맞는 사양이 달린 컴퓨터였고, 진돗개는 세종대왕보다 조금 딸린(!) 사양에 가격이 조금 낮은 그런 브랜드였다.
내가 구입했던 컴퓨터는 "진돗개2000"이라는 브랜드였다. 초록색과 은색의 깔끔한 케이스가 돋보였던 컴퓨터였다.
펜티엄 III 450MHz였나 500MHz였나 기억이 나질않지만.. 아무튼 내가 샀을 때 막 출시되어서 좀 비쌌던 CPU였다.
기억나는 건 40배속 CD-ROM, 128MB 램, 17GB의 대용량(?) 하드디스크. ㅋㅋ (이땐 이 정도 용량도 고가였다;;)
운영체제는 윈도우98 SE(Second Edition), 17인치 모니터까지 해서 총 189만원에 샀던걸로 기억한다. (너무 비쌌어ㅠㅠ)
사은품으로 DDR 패드까지 받았던 기억이난다. ㅎㅎ (이 땐 DDR이 완전 인기 많았던 때!!)
컴퓨터 사면서 받았던 하이텔 1개월 무료이용권을 이용해서, 56K 모뎀으로 PC통신을 하던 그 시절이 지금도 생생하다 ㅠㅠ
전화걸기하면 본체 안에서 전화거는 소리가 들렸는데 ㅋㅋㅋ 하이텔이 01410이었던가? 흔히들 014XY라고 불렀던 PC통신 접속번호.
그 외 세진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깔려있었고, 한컴오피스97과 우리집 노래방만 기억이 난다.
게임도 있었는데 이 때는 게임을 별로 안 좋아해서 뭐가 있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남동생만 좋아라했지 ㅎㅎ
이 컴퓨터는 약 5년을 사용했다.
이 때 당시엔 정말 남들 앞에서 꿀리지 않는 사양이었는데 ㅠㅠ
189만원이라는 거금에 구입한 이 컴퓨터는 고장나서 고물상에 팔았는데, 단돈 2만원에 넘겨졌다.-_-;;
지금은 없어진 세진컴퓨터랜드.
이제 그 큼지막한 글씨의 간판을 볼 수 없지만, 한 때 대한민국의 컴퓨터 기업으로써 좋은 이미지를 심어줬던 세진컴퓨터랜드를 추억해본다.
내 방의 CD 정리하다가 진돗개2000을 구입했을 때 줬던 소프트웨어 CD를 발견!!
그 CD 안에 들어있던 세진로고 동영상 ㅋㅋ